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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2개월 살아남기

  • Personal

📅 May 10, 2023

⏱️3 min read

우연히 회사에서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 독일에서 2개월 근무한 후기
베를린 생활부터 유럽의 개발 문화까지 그 동안 겪은 경험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베를린 아파트

숙소가 정말 평이 좋고 실제로 시설도 좋은 아파트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여기는 그라운드 개념이 있어서 5층이 한국으로 치면 6층인데 다들 아무렇지 않게 걸어올라간다. 빨래, 건조를 하려면 6층을 왕복 3번 다녀야 하는데 이게 제일 힘들었다.

그리고 모든 문을 열쇠로 열어야 하는데 이게 정말 난감하다. 최근에 열쇠를 들고 다녀본 기억이 없다보니 두고 다닐 수 있는데 열쇠를 두고 오면 한화 약 20만원 정도의 벌금을 내야한다. 열쇠 분실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해 문을 교체해버리기 때문에 저런 비용이 발생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냥 도어락을 도입하는게 나아보였다 🙏🏻


베를린 교통과 생활

처음 도착하자마자 놀란건 일요일에 모든 마트, 식료품가게가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만약을 위해 베를린 전체에서 세 군데 정도 대형마트만 문을 연다. 결국 생활용품을 사기 위해 베를린 중앙역까지 갔는데 뉴스에서만 보던 그림을 볼 수 있었다. 재난상황마냥 줄이 끝까지 이어져있고 마트 내부 물품은 다 털려있었다. 그래도 독일은 국가가 통제하기 때문에 마트 물가가 정말 저렴하다.

베를린 대중교통으로는 트램, 지하철, 버스를 제일 많이 탄다. 종일권을 끊으면 모든 교통수단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근데 이 보다 더 좋은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자전거 도로가 너무 잘되어 있어서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보다 시간이 빠를 때가 많다. 도시 간 이동으로는 flixbus와 ICE 고속열차를 많이 이용한다. 독일의 고속철은 워낙 악명 높아서 취소되는 일이 빈번하다 들었는데 역시나 당일 오전 출발 5분 전에 ICE 열차 취소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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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ICE 전체 지연으로 베를린 중앙역이 전쟁터가 된 모습, 환불을 받기 위해 전부 줄서있는 모습

6시간 연착이라고 당당하게 설명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서 당황했다.
근데 더 놀라운 것은 환불 절차다. 한국은 유럽과 같은 은행코드를 사용하지 않아 앱에서 환불 받을 수 없었다. 방법은 DB 본사에 우편으로 직접 적어서 보내는 것 밖에 없다. 당연히 이메일도 불가능했다.


베를린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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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은 너무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어 전 세계 음식을 다 먹어볼 수 있다.
그 중에서 독일 음식은 흰색 소세지와 커리부어스트만 먹어보면 된다. 나머지는 별로였다. 햄버거의 어원이 함부르크에서 나온 만큼 수제버거도 맛있는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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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해외에서 새벽에 다니면 위험한 경우가 많은데 베를린은 서울보다 더 밤새도록 노는 도시라 정말 안전하다.
오이스터 바에 가면 비싼 돈을 주고 굴을 먹을 수 있는데 비린내가 안나고 우유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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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베를린 빛 축제가 진행 중이어서 관광지에서 다양한 야경을 볼 수 있었다.


베를린 개발 문화, 스타트업

유럽도 일하는 방식은 비슷했으나 한국과 비교했을 때 일을 디테일하게 한다고 느꼈다. 예를 들면 RFC 문서를 정말 자세히 작성하고 오픈소스와 같은 플랫폼 운영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정서 상 한국은 정말 겸손한 반면 여기는 잘한 일이 생기면 자랑하고 모두가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해외 감성으로 네트워킹, 파티도 자주 열린다. 독일은 아프면 바로 병가를 15일까지 낼 수 있고 휴가가 25일이다.

금요일에는 모두 일찍 퇴근하고 앞에서 맥주를 마신다. 모든 과정을 경험해보니 절대 한국만큼의 개발 속도가 나올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대로 유럽에서 여유롭게 사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데이터 분야에서는 특별한 차이가 있는데 개인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한국에 있을 때도 많이 들어봤던 GDPR이라는 규정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대부분 사용자들은 개인정보를 절대 서비스에 넘기려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정말 난감할 때가 많은데 개인화 추천이 가장 대표적이다. 일단 사용자를 식별해야 개인화를 할텐데 여기는 개인을 정의하는 것부터가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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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옛 건물을 내부만 리모델링해서 사용한 스타트업 공유 오피스도 방문했었다.
자동차 회사가 많은 나라답게 다양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만날 수 있었다.
베를린에는 유럽 내의 스타트업이 많은 편인데 이 도시가 유럽에서 가장 글로벌하기 때문이다.
시골로 내려가면 기술에 대한 거부반응을 가진 사람이 많은 반면 베를린은 해외에서 온 이민자가 많다. 그래서 독일어가 있음에도 영어를 정말 많이 사용한다.

개발자 한정 2년만 근무하면 시민권도 쉽게 얻을 수 있다. 대신 세금으로 절반을 가져간다 💸
이 말을 듣고 한국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이 정말 느려서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유럽에서 엄청 빠른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스웨덴 스톡홀름에 가보니 독일 인터넷이 느리다는걸 확신할 수 있었다.


어쨋든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로 일하고 회의하는 것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대신 유럽에서 근무하면 주말 동안 주변 국가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요즘 재택이 많아지다보니 해외에서 근무 가능한 회사들도 많이 생기고 있는데
만약 유럽에서 살고 싶다면 베를린에서 살아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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